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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변호사님 '과로자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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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7-30 16:53 | 조회수 : 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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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변호사님이 과로자살에 관해 기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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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자살의 시대


최근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인간 무한요금제의 진실- 과로자살의 시대’라는 주제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과로자살에 대해 다루었다. OECD가 발표한 ‘2016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2위이며, OCED 국가 평균 노동시간에 비해 347시간이나 많다. 장시간 근로 등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근로자의 사망 및 자살이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다.보건복지부 사무관 돌연사, 넷마블 직원과 우체국 집배원 돌연사 등 민간과 공공부문을 가리지 않고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방송국 조연출 PD의 과로 자살, 대학병원 레지던트의 과로 자살, 검사의 과로 자살 등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자살 사건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상 자살은 고의적 자해행위에 해당해 원칙적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않고 예외적인 경우에 산업재해로 인정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6조는 1.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2. 업무상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3. 그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에 한정하여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고 있다.과로사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산업재해 인정 기준이 있고, 과로사가 업무상 재해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이에 반하여 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살한 경우에는 명시적인 기준이 없어서 유사 사안에서 재판부별로 다른 판단이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과로자살이 산업재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 역시 아직까지는 널리 퍼져있지 않다. 업무상 사유로 인하여 자살한 것을 일컫는 과로자살이란 단어조차 생소하게 느껴지는 게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로사(過勞死, karoshi)라는 말을 최초로 만든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 사회에서는 일찍부터 과로자살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카로지사츠(過勞自殺, karo-jisatsu)라고 고유명사화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과로자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 사회에서 청년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 광고회사인 덴츠에 입사한 신입사원이 지난 2015년 12월 자살을 하며 다시 한번 과로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도쿄대를 졸업한 24세 여성 신입사원이 덴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는데, 휴일과 야간 근무를 계속해서 자살 직전인 10월에 130시간, 11월 99시간 초과 근무(일본 후생 노동성 과로사 라인- 월 80시간 초과근무)를 하다가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직원 기숙사 4층에서 투신자살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일본 국민들은 이를 사회적인 문제로 보았고 회사에 대한 비난 여론 또한 거세졌다. 결국 회사의 경영진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여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였고, 사장은 책임을 지고 사임하였다. 덴츠의 사장은 “장시간 노동의 근본적인 개혁을 끝내지 못해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유족에 대한 사죄를 최우선으로 생각해 사임을 결정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그것이 알고싶다’ 중 과중한 업무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근로자를 대하는 회사의 태도가 나온다. 회사의 사장은 근로자의 가족에게 “당신 아들 때문에 회사가 엄청난 손해를 봤다. 누가 죽으라고 했느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한다.
대다수 국민들도 아직까지 과로자살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 개인적인 문제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근로자가 법정 근로시간을 월등히 초과해 근무한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머나먼 타국 땅에서 가족과 떨어져 밤낮 없이 일한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한평생 열심히 일하다가 갑작스럽게 권고사직 통지를 받은 근로자가 누구 때문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 것인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던 근로자가 누구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인지, 회사와 사회는 과연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고통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힘겨워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차분히 생각해보면 과로자살이라는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회사, 나아가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일본 사회도 처음부터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일본 국민들의 인식을 전환하게 한 중심에는 과로사 유족모임이 있었다. 일본 과로사 유족모임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성과는 ‘과로사방지법’이다. 유족들은 과로사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100만명 서명운동을 하고, 유엔에 가서 과로사방지법 제정을 호소해 유엔이 일본정부에게 과로사 방지 입법을 권고하였고,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해 일본에서는 2014년 과로사 방지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인식이 차츰 전환되었으며, 과로사뿐만 아니라 과로자살 역시 사회적 문제라고 받아들이게 되었다.최근 국내에서도 과로자살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신창현 국회의원이 2017년 3월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7월 초에는 재단법인 피플에서 과로사, 과로자살 유족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를 가졌고, 8월 말에는 제도개선을 위해 ‘과로자살 및 과로사방지법에 대한 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과로자살에 대한 인식 및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미비한 상황이다.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된 국내에서도 과로자살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가 과로사 없는 사회로 발돋움하여야 한다.

 

기사 원문보기: http://www.baby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