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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변호사님, '쿠팡맨은 슈퍼맨이 아니다' 매일노동뉴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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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4-14 18:54 | 조회수 : 1,2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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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변호사님께서 '쿠팡맨은 슈퍼맨이 아니다'

민변노동위의 노변정담 칼럼을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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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다 보면 때때로 다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생긴다. 저녁에 아이 우유를 사다 놓는 걸 놓쳤을 때 신선식품을 다음날 새벽에 배송을 받을 수 있다는 쿠팡 로켓배송 광고가 갑자기 머릿속을 스쳤다. 더군다나 로켓배송 주문을 하면 우유 구매시 사용할 수 있는 반짝 할인쿠폰까지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 달 전쯤 처음으로 쿠팡 로켓배송을 이용하게 됐다. 요새 쿠팡 새벽배송이 그렇게 편하다더라는 말을 종종 들었지만, 직접 주문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출근길을 나서며 전날 저녁 주문한 우유가 든 택배박스가 문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면서 반나절 만에 신선식품조차 배달할 수 있도록 진화한 배송 시스템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모두가 잠든 새벽, 수많은 택배 짐을 나르는 사람들은 괜찮은 걸까.

지난 3월12일 40대 쿠팡맨 한 분이 새벽배송 업무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입사한 지 한 달이 안 된 쿠팡 배달노동자는 비정규직이었고, 코로나19로 인해 배송 물량이 증가한 상황에서 새벽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주택 4층과 5층 사이에서 배송 도중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쿠팽맨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높은 노동강도가 주목받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는 최근 사측에 △새벽배송 중단과 노동자 휴식권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정규직 고용 원칙 △가구수, 물량, 물량의 무게, 배송지 환경 등을 고려한 친노동적인 배송환경 마련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성실교섭 이행 등을 요구했다.

그동안 신속한 배송이 우리 생활에 가져다주는 편리함 때문에 어쩌면 애써 외면해 온 것인지도 모르는, 택배박스 위에 드리워진 고된 노동의 그림자. 더 이상 그 실체를 밝히고 개선해야 할 시점을 늦춰서는 안 된다.

야간근무, 업무량, 휴게시간 부족, 예측하기 어려운 일정, 높은 육체적 강도, 큰 정신적 긴장, 고용불안 등 뇌심혈관계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맨의 과로사는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쿠팡맨은 무한한 힘을 가진 슈퍼맨이 아니다. 새벽배송 뒤에는 사람이 있다. 편리함과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배우자,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들인 쿠팡맨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된 뒤에야 비로소 고객의 편리함과 기업의 혁신도 존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