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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변호사님,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날 때까지' 매일노동뉴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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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4-14 18:53 | 조회수 : 1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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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변호사님께서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날 때까지'

민변노동위 노변정담 칼럼을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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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사이에 끼여 잘린 노동자의 손을 차마 가족에게 전해 주지 못하고 소주에 씻어 공장 담벼락 밑에 묻는 상황을 그린 박노해 시인의 시 <손무덤>에서는 깊은 절망과 비애 끝에서도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날 때”를 기다린다.

1980년대에 발간된 박노해 시인의 시집 <노동의 새벽>에 실린 ‘손무덤’이 세상에 나온 지도 35년여가 지났다. 그렇지만 노동자 안전을 위협하는 참혹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에 의하면 2017년 절단·베임·찔림 산재 사고는 8천752건 발생했다. ‘손무덤’은 급속한 산업화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이 희생당했던 70년대와 80년대에 사라진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산업현장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살아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손이 절단되는 산재 사고로 상담을 할 때 유독 젊은 청년들을 자주 만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경우도 있었고 사고를 당한 직장이 첫 직장인 경우도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자칫 잘못하면 손가락이 절단될 수도 있는 위험한 업무인 것도 모른 채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들의 손을 앗아 간 프레스기에는 안전장치가 없거나 있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안전장치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사고는 발생조차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가드식 방호장치·양수조작식 방호장치·광전자식 방호장치·수인식 방호장치·손 쳐내기식 방호장치 등 프레스기 방호장치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렇지만 프레스기 위험방지에 대해 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무색하게 프레스기에 그 어떤 안전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안전장치를 설치했더라도 작업능률 향상을 위해 방호장치를 해체하거나 정지시키는 곳이 많은 게 현실이다.

힘든 일, 어려운 일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했을 뿐인데 손이 절단되는 산재 사고를 당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청년 노동자들은 “요새 젊은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청년 일자리가 없으면 눈을 낮춰 힘든 일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무섭게 느껴진다.

힘든 일이 위험한 일이 되지 않도록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해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젊은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을 이용해 이들을 최소한의 안전조차 담보되지 않는 일자리에 몰아넣는 것에 불과하다.

기타를 치기 좋아하던 한 청년은 손가락을 잃어 더 이상 기타를 치지 못하게 된 슬픔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냐고 물었다. 산재는 보상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2020년 새해에는 그 어떤 손보다 아름다운 일하는 손들이 모두 안전한 환경에서 기쁨의 손짓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