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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변호사님 '기형아 출산과 산재'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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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7-30 17:08 | 조회수 : 9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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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변호사님이 '여성근로자의 기형아 출산과 산재'에 대해 기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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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근로자의 기형아 출산과 산재 

지난 2009년에서 2010년까지 제주의료원에 근무하는 임신한 간호사 15명 중 5명이 연달아 유산을 하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했다.

역학조사에서 이들이 유해약품을 보호 장비 없이 다뤘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간호사들이 중환자들의 약을 빻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생식 독성 물질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당시 유산한 간호사들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지만, 선천성 장애아를 출산한 4명의 간호사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선천성 장애아를 출산한 것을 산재를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요양급여신청 반려처분을 하였고, 간호사들은 2014년 2월 이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는 1심, 2심을 거쳐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임신 중인 여성이 업무로 인해 기형아를 출산한 것을 산재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1심 법원과 2심 법원의 판단은 현저하게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1심은 2014년 12월 선천적 이상을 갖고 태어난 아이를 산재보험적용 대상으로 보아 원고 승소판결을 했지만 서울고등법원 2심은 2016년 5월 선천적 이상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산재보험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1심 판결은 ‘임신 중 모체와 태아는 원칙적으로 단일체이므로 임신 중 업무에 기인해 태아에게 발생한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상 임신한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서울행정법원 2014.12.19. 선고, 2014구단50654판결).

그러나 2016년 5월 항소심은 임신 중 모체와 출산아는 독립된 법인격체라고 보면서 산재보험수급권자는 업무상 사유로 질병에 걸린 근로자 본인에 한정되므로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면 근로자인 모체가 입은 질병은 출산아의 선천적 질병으로 바뀌게 되고 근로자인 모체는 자녀의 선천적 질병에 대한 산재보험수급권 및 산재보험청구권이 없고, 업무로 인해 선천성 질병을 가진 자녀를 출산한 경우는 업무로 인해 유산한 경우와 달리 신체기능이나 노동능력 감소에 별다른 영향이 없으므로 이를 유산한 여성 근로자와 달리 취급하더라도 평등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서울고등법원 2016.5.11. 선고, 2015누31307판결).

그렇다면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 1977년 독일 연방재판소는 한정위헌 결정에서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태아에게 선천성 이상이 발생해 산재보험을 신청한 사건에 대하여 이 경우를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한다면 본성상 단일체인 임신한 여성근로자와 태아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서 산재보험이라는 사회보험의 목적과 특성상 ‘포괄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산업재해로 인한 건강손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내용을 반영하여 1996년 입법된 독일사회법전 제7권(SGB VII) 제12조는 임신 중인 산모의 보험사고로 인한 태아의 건강손상도 보험사고로 인정하고 태아는 피보험자와 동등하며 일반적으로 산모의 직업병을 유발하기에 적합한 영향을 통해 야기된 태아의 건강손상은 보험사고로서 충분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2조 제4항은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며 제36조 제2항은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성권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적용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계속하여 제기되었다.

민법은 태아가 모체 밖으로 완전히 나온 순간, 즉 전부 노출시부터 사람으로서 권리 능력이 시작된다고 보고 있으므로 출생 전까지는 태아를 모체의 일부로 간주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의 요건으로 질병의 발생시점이나 보험급여의 지급시점에 재해자 또는 수급권자가 여전히 근로자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

예컨대 근로자가 공사현장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 이후 회사를 퇴사하여 보험급여 지급시점에는 무직 상태라고 하더라도 산재보험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의 인격이 분리되었다고 하더라도 출산 이전인 임신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임신 중인 노동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가 태아에게 영향을 끼친 경우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도록 산재보상보험법령의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2016. 11. 17. 의안번호 2003695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박주민의원 등 11인), 2018. 4. 27. 의안번호 2013285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정미의원 등 10인), 2018. 5. 3. 의안번호 2013437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신창현의원 등 11인)은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사산 또는 신생아가 사망한 경우, 미숙아를 출산한 경우, 선천성이상아를 출산한 경우 등을 업무상 재해에 포함하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즉 여성 근로자의 유산비율이 2006년 18.7%에서 2015년 24.5%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2015년 기준 20대와 30대 직장가입자의 유산비율은 각각 29.4%, 26.1%로 건강보험 피부양자의 유산비율이 각각 27.3%, 20.9%인 것에 비해 여성 근로자의 유산비율이 비근로자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다(2016. 10. 한국여성정책원 연구결과 참조).

이와 같이 여성근로자의 근로환경이 태아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단되는 상황에서 비극적인 제주의료원 사건은 여성 근로자의 선천적 기형아 출산에 대해 산재보험제도가 어떻게 접근하고 이를 포섭해야하는지에 대해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선천적 질병을 가진 영아 및 유아기 자녀는 부모에게 끊임없이 의존하며 살 수 밖에 없고, 여성 근로자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평생 아이를 가까이에서 돌보며 자신의 인생을 전적으로 희생하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선천적 질병의 발생 원인이 업무에 기인한 것이고 시점이 출생 전인 태아 시점이었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업무로 인해 기형아를 출산한 경우는 여성 근로자 본인의 노동능력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산재급여를 지급하지 않더라도 유산한 여성근로자와 차별취급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 제주 의료원 항소심 판결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법을 해석한 결과 사회적 책임을 부당하게 근로자에게 전가함과 동시에 헌법상 모성보호 원칙 및 사회보험제도의 목적에 어긋나고 일반인의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제주 의료원 사건이 헌법의 모성보호, 산재보상제도의 목적과 특성을 반영한 현명한 대법원 판결로 원만하게 해결되고 분쟁의 소지가 없도록 입법 역시 조속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기사 원문보기: http://www.baby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66